자살문제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2)  

(2) IV. 복합적 이유로 결심하게 되는 자살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개입 (요즘 사회에 만연된 자살문제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1)의 계속) 자살을 하려는 생각은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1. 어떤 심리적 욕구를 자기가 채우지 못한다는 좌절 때문에 오는 심한 심리적 고통.

2. 자기는 심한 심리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계속 생각한다.

3. 자기는 이제 소망이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과 자기의 문제를 이제 더 이상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4. 고립되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이제 가까운 사람들도 자기를 도울 수 없고, 또 돕거나 돌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5. 자살을 하는 것이 고통과 문제를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계속 생각한다. 자살에 동반되는 특징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런 특징들은 비단 자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살 성향이 있어 오랫동안 우울증을 경험할 때에도 대부분의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위에 열거한 한가지 특징이 사람으로 자살을 일으키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소망이 없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을 여러 사람 알고 있지만 그들의 대부분이 자살 성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자살은 위에서 열거한 특징들이 내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한 현상이다. 소망이 없고, 도피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다루지 못하고, 또 인내를 못하고, 남의 도움마져 피하려는 생각들이 지배할 때 자살하려는 결단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직접적으로 연결된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각양각색으로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소망이 없는 것은 심리적 고통의 원인과 심리적 고통의 결과도 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요소 자체는 전혀 자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자살자의 마음 상태가 그리스도와 어떤 관계에 있느냐를 간접적으로 지적해줄 뿐이다. 그래서 자살은 복합적 결심을 통해서 하게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을 감정하고 자살에 개입하려면 더욱 공식적인 정의가 필요하다. 자살은 사람의 마음과, 우울증의 증상과, 그의 생활환경의 스트레스 요인의 수준(level) 및 종류와, 그의 우울증과 삶의 환경을 다루는 방법간의 계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생기게 된다. 자살 뒤에 숨어 있는 공통적인 힘은 참을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에서 생긴다. 자살의 목표는 때때로 고통을 의식적으로 중단하고 없애려는데 있다. "나는 고통만 없어졌으면 좋겠어!" 라는 말은 자살성향이 있고 우울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죽고 싶다는 말은 그 자체가 목표는 될 수 없다. "나는 죽고 싶다"라는 말은 고통을 없애고 싶다는 말일뿐이다.

의식과 고통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피상담자가 이런 고통을 의식하면서 그것을 얼마나 통제하려고 노력했느냐를 또 평가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피상담자가 고통을 없애려고 최면술을 사용했거나 진정제를 사용해 보았는지를 상담자는 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것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평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자는 피상담자가 고통을 없애려고 Valium이나 Ativan 같은 안정제나 처방 없이 사는 다른 약들이나 음주, 마약 등을 사용해보았는지를 물어보고 조사해 보아야 한다. 피상담자가 일시적으로 장시간 잠을 자기 위해 약을 과다하게 복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피상담자는 죽을 의향은 갖지 않고 얼마동안만 자려고 약을 먹으려고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죽을 의향 없이 약만 과다하게 복용하는 것이 또 모두 처음의 뜻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뜻대로 안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1) 약 양의 계산을 잘못해서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약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도 실수할 때가 있다;
2) 도피하려는 방법은 우울증의 한 특징으로서 습관성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자살 기도에 대한 전국적인 연도별 비교표는 없지만 연구자들은 약 1/8 정도가 자살을 시도해서 성공을 한다고 한다. 여자와 청년의 경우는 더 많은 비율이 성공하고 남자와 노인인 경우에는 성공률이 적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습관적으로 약을 먹는 경우는 실지 마음이 바뀌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연습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심리적 고통은 정의하기도 어렵고 양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자살 의도를 평가하는데는 고통의 수준(level)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사람은 거의 누구나 살면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한다. 성경에도 이런 예가 많이 나온다(시 22, 38, 42 등). 심리적 고통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피상담자는 직감적인 현실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가슴이 아픕니다," "가슴 위에 크고 무거운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등이다.

그러나 피상담자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심리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을 분간하면서 심리적 고통 때문에 신체적 고통이 생기게 된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피상담자는 그의 심리적 고통 때문에 두통과 구토증이 생겼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피상담자들 중에는 고통의 원인을 찾으려고 그것을 죄책이나, 수치나, 고독함이나, 격리나, 유기나, 소망이 없는 것 등과 연관시켜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노력으로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또 어떤 피상담자는 자기의 고통이 게슈탈트(gestalt)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했드니 "부분"보다는 "전체"가 낫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의 고통의 원인을 알아보려고 무척 애를 쓰고 공부도 한 사람들이다. 또 어떤 피상담자는 고통 때문에 쇠약해지는 결과를 자신에게서 보고 그 고통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 결과란 내적인 것일 수도 있다: 집중력을 잃는다든지, 결심을 할 능력이 없어진다든지, 새로 생긴 여러 가지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 또 그 고통은 외부적인 것일 수도 있다: 실직, 친구를 잃는 것과 재정적 손실 등이다. 피상담자가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겠구나 하는 집착적 생각과 함께 고통자체를 그의 생을 망치는 도구로 사용할 때 그를 자살로 이끄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피상담자의 관점을 하나님의 관점과 비교함으로 피상담자의 고통의 원인을 찾아낼 수도 있다. 자살성향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우울증에 걸린 피상담자는 고통이 그들이 방해받아 온 느낌의 욕구 때문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 방해받아 온 느낌과 연결된 고통을 참을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믿는다. 그들은 소망을 잃어 자신이나 그 환경 안에서 변화를 가지고 올 힘이 없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자살을 유발하는 심리과정은 매우 역동적이다. 보통 어느 상황적 위기가 피상담자의 생각과 정서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자살의 촉매역할을 하게 된다. 이럴 때의 상황적 위기란:

1) 실직, 관리 실수, 뜻밖에 생긴 부채, 물질 남용 등에 의해 생긴 재정적 문제들이고; 2) 가족이나 친구의 상사나 해결되지 않은 비애들이고;
3) 가족 중에서 장기 질병을 앓고 있으면 전체 가족에게 큰 부담을 준다. 특히 세심한 간호가 필요한 부모가 말기환자일 경우는 결혼 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주게 되는 위기와;
4) 결혼 갈등이나, 육체적 학대나, 별거 및 이혼 등의 위기와;
5) 부도덕 혹은 불법적 활동이 노출되어 공적으로 망신을 당할 때 등이다. 어떤 경우에, 특히 만성적 우울증의 경우에, 피상담자는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즉 실직이나 직장에서의 근무상태가 나쁜 것이 습관적 음주와 동반하면 본인이나 배우자의 자살을 촉매할 수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상담자가 지배할 수 없는 문제의 패턴이 무력한 느낌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문제의 성격이나 정도는 왜곡된 생각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문제가 실제와는 달리 비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비현실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수축된다. 또 자살에서 벗어날가능성의 선택은 줄어진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합리성이 절대적이 된다. 그래서 자살을 하려는 생각의 핵심적 특징은 두 가지 선택이다: 고통을 받고 계속 사느냐 아니면 고통을 의식하는 기능을 중단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 심리적인 고민이 생기나? 그것은 욕구가 충족 안될 때 생기고 지속된다: "나는 내가 잃은 것을 다시 가져야 하는데 그것을 다시 얻을 소망이 없다." 이러한 소망 없는 갈망들은 특별한 삶의 상황이나 일반적인 삶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 결혼에서 배신을 당했거나 부모와의 관계가 끊어져 부모의 사랑을 잃은 것에 대해 좌절하게 된다.
 
한 10대 소년이 학교에서 낙제를 해 극심한 수치와 무가치함을 느끼거나 혹은 학교에서 잘못을 하고 발각돼 공적으로 수치를 당한다. "차라리 죽자"하고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한 가지 상사나 상황 하나로만은 위기가 되질 않는다. 어떤 생을 지배하는 욕구가 참을 수 없는 절망상태로 변할 때 그것이 자살하겠다는 의향과 결심으로 변하게 된다.